이란 시위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란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2주 넘게 격화되면서 사상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폭력 시위를 엄단하겠다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현지시간 기준 시위 열닷새째를 맞은 가운데, 노르웨이에 기반한 인권단체 이란인권은 이날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이 단체가 지난 9일 발표한 51명에서 약 4배로 급증한 수치다.

이란인권은 이란 당국이 현지에서 인터넷과 통신을 60시간 넘게 차단한 점을 지적하며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일부 소식통은 2천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사망자 발생이 집중됐으며,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서는 시위에 참여했던 희생자 시신 수백구가 목격됐다는 전언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에 따르면 사망자가 시민 490명, 군경 48명 등 모두 538명에 이르며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기관도 전날 집계 116명보다 사망자가 약 5배로 늘어났다고 파악했다.

앞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테헤란의 한 의사를 인용해 6개 병원에서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실탄에 맞아 숨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인권 이사인 마무드 아미리모가담은 지난 3일간, 특히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차단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시위대 학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촉구했다.

아미리모가담 이사는 이란 검찰이 이번 시위에 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가리키는 모하레베, 즉 알라의 적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시위대를 사형에 처하겠다는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주부터 인터넷과 통신 등을 차단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 신정체제 수호의 첨병인 이슬람혁명수비대 지상군을 투입하며 시위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

외부와 소통할 길이 막힌 이란 시민 중 일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이용해왔지만, 최근 이마저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시위대를 겨냥해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할 것이라고 엄단 의지를 밝혔다고 국영 프레스TV가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민의 시위는 정당하며, 우리는 그들과 만나 대화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소수의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더 중요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폭동과 공공장소 공격, 모스크 방화, 그리고 쿠란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자 음모라고 책임을 돌렸다. 또한 그들이 나라 안팎에서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해외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들여와 모스크와 시장, 공공장소에 방화를 저질렀다며 이런 범죄는 우리 국민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시위 사태 개입을 시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망상에 빠졌다며 이란 공격은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일 이란 시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페르시아 민족이 폭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시위는 이란의 내정 문제라면서도 필요시에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