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부동산 시장 불안정 속에서 금리 인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환율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470원대를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10·15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여부도 변수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이후 연속 인하를 단행하며 경기 부양에 집중했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환율과 집값 불안으로 네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왔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7.1원으로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와 해외 투자 수요 증가가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이 외환시장 점검에 나섰고, 구윤철 부총리도 환율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해 대책 발표 이후 하락세가 반등했다. 가계대출도 5대 은행 기준 이달 들어 2조6천억 원 이상 증가하며 10월 전체 증가폭을 넘어섰다.

경기 부양 압박은 줄어든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로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 1~2회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기저효과 약화로 경기 우려가 커질 경우 한국은행이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환율 안정과 부동산 시장 관리, 경기 회복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한국은행은 당분간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