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 [자료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30일 원내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 9월부터 제기된 각종 비위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자신과 당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말했다.

애초 김 전 원내대표는 의혹 보도의 출처로 지목한 자신의 전직 보좌관의 폭로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정면 돌파 가능성이 관측됐다. 그러나 여론 악화가 사그라지지 않자 해를 넘기기 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부터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공항 의전 요구 논란, 장남 국가정보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논란,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의혹,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면직된 자신의 전 보좌관을 의혹 보도의 출처로 지목하면서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좌진 면직 사유였던 '비밀 채팅방' 내용을 공개하고 전직 보좌관에 대한 역공에 나섰지만, 언론 등으로부터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뜻하는 이른바 '명심'을 통해 원내사령탑에 오른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사퇴 촉구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더 버티기 힘들다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거듭된 의혹으로 국민적 관심이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및 입법이 아닌 김 전 원내대표 개인에게 쏠리면서 국민의힘에 공세 빌미를 주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됐다.

또한 당이 2차 내란 종합특검을 추진하고 통일교 관련 의혹을 토대로 야당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등 도덕적 우위를 기반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해온 상황에서 원내사령탑을 둘러싼 의혹 논란이 계속될 경우 입법 및 국정 동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6일 "이 사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 결단에 시간이 소요된 것을 여권 지지층의 지지와 결부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도 언론에서 장남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시에는 오히려 권리당원도 투표하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이 확산하자 이른바 '찐명'(진짜 이재명)을 자처하는 일부 지지자들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사퇴하지 말고 버텨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인터넷상에 인증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층의 이런 대응은 자칭 이 대통령의 '블랙 요원'인 김 전 원내대표가 정 대표의 개혁 속도전과 관련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일 관련 의혹이 보도되고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역시 거취 결단을 압박하자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민주당에서 임기 1년인 원내대표가 선거 패배나 정치적 책임 문제가 아닌 개인 비위 의혹으로 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에는 박광온 전 의원이 2023년 당시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으나, 이는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 따른 것이었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