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자료사진=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1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의 기준금리는 3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는 정책위원 9명 전원이 찬성했다.

이로써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1995년 당시 일본의 사실상 기준금리는 4월에 1.75%에서 1.0%로 인하된 뒤, 9월에 다시 0.5%로 추가 하향 조정됐다. 이후 일본 기준금리는 한 번도 0.5%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지난해부터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고, 올해 1월에는 0.5% 정도로 올리며 기존의 '돈 풀기' 정책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이어왔다.

우에다 총재는 1월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3월 회의부터 6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왔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일본은행 내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2%를 상회하고 있으며, 내년 봄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금리 인상 결정에 힘을 실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임금도 함께 오를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교도통신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고물가가 가계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일 강연에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 금융환경의 조정이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의 올해 전체 금리 인상 폭인 0.5%포인트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1990년에 금리를 1.75%포인트 올린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은행의 연간 최대 금리 상승 폭은 지난해의 0.3%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는 "역사적인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장에서는 2026년 금리 인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2026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1.0%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