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가 내년 한국 기업의 신용 여건에 대해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박준홍 S&P 상무는 10일 발표한 보고서 ‘차트로 보는 한국 기업 전망 2026: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에서 “내년에도 한국 기업들을 둘러싼 신용 환경은 녹록지 않겠지만, 최악은 지났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영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있으며, 관세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시기에 오히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S&P는 전기차 배터리, 화학, 철강 등 7개 기업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와 테크 부문에서만 긍정적 조정이 있었으며,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한미 간 합의로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되고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도 개선세를 보이면서 시장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도 2025년 1.1%에서 2026년 2.3%로 상향됐다.

김제열 S&P 이사는 내년 산업별 실적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화학 부문은 공급 과잉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하방 압력이 강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AI(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정책 변화가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전기차 보급 둔화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은 조선 산업 등 일부 국내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 있지만, 글로벌 경제 개선과 산업별 성장 동력으로 신용 여건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할랑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