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가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8조4,848억 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이는 2021~2024년 연평균 증가율 7.6%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다.
진료과별로는 정형외과가 1조8,906억 원으로 전체의 22.3%를 차지하며 29개 과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급액 중 비급여 비율이 70.4%로 평균치(57.1%)를 크게 웃돌았다.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영향이다.
상위권에는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 외에도 비급여 비율이 높은 과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정의학과는 4,002억 원(4.7%)으로 7위에 올랐는데,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 치료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비급여 비율이 71.0%에 달했다. 마취통증의학과(2,732억 원·3.2%)와 재활의학과(2,619억 원·3.1%)도 각각 68.8%, 66.3%로 높은 비급여 비율을 보였다.
이비인후과는 2,5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으며, 독감·감기 치료 과정에서 비급여 주사제가 많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뇨의학과는 2,089억 원으로 37.6% 급증했는데, 이는 전립선 결찰술 등 고가 신의료기술 이용이 늘어난 결과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 지급보험금 12조9천억 원 중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2조2,903억 원, 비급여 주사제가 6,525억 원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한방병원 지급액도 3,582억 원으로 16.9% 늘었는데, 한방첩약 급여화와 협진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손보험금 청구 증가로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에 달해 작년 말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 100%가 손익분기점임을 고려하면 업계 부담은 심각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해율 정상화를 위해 비급여 항목을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자기 부담률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예고했다. 또한 비급여 과잉 진료 논란에 대응해 도수치료 등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했다. 관리급여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해 예비적 성격으로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해 요양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업계는 이에 더해 비급여 진료비 가격 관리와 규제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복지부 고시 표준명칭·코드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 등이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아 비급여 관리와 함께 실손보험료 정상화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