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자료사진=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다시 한 번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발언은 그가 즉위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점점 더 직접적이고 강한 어조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터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로마 인근 카스텔 간돌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이민자들이 "극도로 멸시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모든 나라에는 누가 언제 어떻게 입국할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10년, 15년, 20년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극도로 멸시적인 방식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주교회의(USCCB)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한 성명을 언급하며 미국인들이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즉위 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을 겨냥해 점점 더 강도를 높이며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은 지난 5월 바티칸 주재 외교단을 상대로 한 첫 연설에서 이민자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달 9일에는 즉위 후 처음 발표한 권고문에서 가난한 자와 이민자 등 소외된 이들을 가톨릭교회 사명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발언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의 이민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낙태에 반대하지만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찬성하는 사람이 생명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레오 14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즉위 후 가장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자신이 수영과 테니스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운동을 권했다. 주로 매주 화요일 카스텔 간돌포의 별장을 찾는 교황은 이곳에서 "운동, 독서, 일을 조금씩 한다"면서 "사람들은 몸과 정신을 모두 함께 돌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교황 선출 직전까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공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 기후변화 정책 등을 놓고 시종일관 껄끄러운 사이를 유지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