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고위 당ㆍ정ㆍ대 회의 종료 [자료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이 25일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안 중 금융위원회 등 현행 금융정책·감독 기구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정부 조직 개편에 전면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제외하고 정부조직법 처리에 협조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국회에서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 후 브리핑을 열고 "당정대는 당초 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 의장은 "정부 조직 개편을 신속히 처리해 정부 안정이 긴요하나, 여야 대립으로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애초 25일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금감위 설치법 등 연계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수개월 후 처리하려 했다.
금감위 설치법 등 연계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여서 상임위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직접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방식을 고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정부 조직 개편에 전면 반대하며 정부조직법에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여기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개편하고 금감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의 거센 반대까지 이어지자, 민주당과 정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 의장은 "금융위가 현재 갖는 국내 금융 관련 내용을 재정경제부로 넘기려 했으나 이를 원위치시킨다"며 금감원 공공기관화, 금융위 기능 중 일부 재정경제부 이관 등에 대해서도 "금융 관련한 내용은 현행 유지"라고 설명했다.
금융 체계 개편안에 포함됐던 금융소비자원 신설도 유보됐다.
민주당과 정부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철회한 만큼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처리에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 의장은 "정부·여당이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정부 조직 개편에 속도를 조절한 만큼 대결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촉구한다"며 "특히 오늘 상정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국민의힘 등 야당의 협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장은 "정부조직법에 필리버스터를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국민의힘 등 야당이 적극 협조해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합의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합의 처리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는 이번 결정을 두고 사실상 공약 철회라는 지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장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전면 백지화인지, 아니면 추후 재추진하는지에 대해 "거기까지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며 "추후 어떻게 진행할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데 정부 조직 개편에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으로 수개월간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는 데 대한 무거움이 있었다"며 "정부조직 개편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길 원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모두 참석했다.
당정대는 전날 오후부터 긴급한 논의를 거쳤으며, 강 비서실장이 현재 미국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 의장과 김 비서관은 전했다.
이번 결정은 여야 대립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되지만,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금융개혁이 좌절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