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0원대로 상승한 원/달러 환율 [자료사진=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충격이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었고, 주요국의 내수와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했다는 판단에서다.
KIEP는 11일 발표한 '2026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2.9%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 2.9%보다는 높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3.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전망치를 올린 배경에 대해 "미국 관세정책 등의 충격이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었고, 주요국 내수와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했던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투자 열기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따른 각국의 무역 조정 조치가 관세 충격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AI 관련 설비투자 붐이 나타나면서 제조업 생산과 교역 감소분을 보완해 주는 모습이 관측된다"며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 마진 희생을 통한 비용 흡수 등도 경기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실장은 "3% 내외 세계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과거 대비 부진한 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성장률 수준 자체는 올해와 내년 모두 높지 않아, 세계 경제의 상황이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완만한 성장에 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전망을 살펴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됐다.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1.6%로 지난 5월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KIEP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1.3%에서 1.8%로 올린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성장세는 완만한 하강세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AI 및 제조업 설비투자는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고용시장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내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지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은 종전 1.0%에서 1.1%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물가 안정과 단계적 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 여건 개선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재정건전성 악화, 대외수요 부진 등은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의 내년 성장률은 0.6%로, 기존 전망치 0.4%보다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0%대 전망치를 유지했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 및 미·중 상호관세 여파로 수출·생산·투자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종전 4.0%에서 4.2%로 0.2%포인트 상향됐다.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 강화와 미·중 간 관세 갈등 완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아세안 5개국은 견조한 내수와 미국 상호관세에도 불구하고 강건했던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종전 전망치와 같은 4.7%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기존 전망치 2.7%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3.0%를 전망했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은 1.3%에서 1.8%로, 유로 지역은 0.8%에서 1.1%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일본은 0.6%에서 1.1%로, 중국은 4.1%에서 4.8%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세안 5국 성장률 전망도 4.6%에서 4.9%로 올라갔다.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는 상호관세 재인상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전쟁 재점화 가능성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약화한 각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꼽혔다.
AI 기술 투자 집중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환율 전망과 관련해 KIEP는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윤 실장은 "무역정책 향방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경우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강세 요인이 재부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에도 전반적인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 실장은 "우리나라의 세계 국채지수 편입 효과, 국내 자산시장 투자 매력도 개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회복 등은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개인·기관·연기금 등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는 원화의 약세 요인"이라며 "이러한 힘이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성장률이 1% 안팎, 내년에는 1.8%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실장은 "올해 성장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완전한 회복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고, 반등 단계로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향후 한미 관세 협상의 마무리, 반도체 관세 문제, 내수 진작 완화 등을 정부의 과제로 꼽았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