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감독과 배우들 [자료사진=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17일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제 작품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 설렌다"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을 이제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부산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그는 "거의 모든 영화를 일부 장면이라도 부산에서 촬영해왔다"며 "부산을 너무 좋아해서 각본을 쓸 때를 포함해 자주 내려와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신작 '어쩔수가없다' 역시 일부 장면이 부산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어쩔수가없다'는 제지회사에서 해고된 가장 만수(이병헌 분)가 가족을 지키고자 재취업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하되, 박 감독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박 감독은 작품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가족을 지키겠다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직업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한 일이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진다는 거대한 역설을 깊게 파고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의 기본 설정은 유지하되, 국내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추가됐다. 박 감독은 "집에 대한 집착이나 만수가 가부장적인 사회 풍습 때문에 갖게 되는 한계와 어리석음을 더 각별하게 묘사하려 노력했다"며 "어느 나라 관객보다 (국내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코미디의 가능성과 가족들이 만수가 하는 일을 눈치채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 가지가 저를 사로잡아서 이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작품 속 쇠퇴하는 제지 산업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 산업과 겹친다는 논의도 나왔다.
주인공 만수를 연기한 이병헌은 "종이의 쓰임이 사라져가면서 제지업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영화의 어려움, 극장의 어려움이 있다"며 "극장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관객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는 모든 영화인이 생각하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라는 것이 어찌 보면 삶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일도 아니고 그저 2시간짜리 오락거리일 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그런 일에 가진 것을 다 쏟아붓고 인생을 통째로 걸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고 특히 우리나라가 팬데믹 상황에서의 회복이 더딘 상태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맡은 손예진은 "저는 이번 영화가 7년 만의 작품"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오래 배우로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영화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만수의 경쟁자 범모의 아내로 출연하는 염혜란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영화 작업의 참된 맛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영화의 즐거움을 느꼈다"며 "그만큼 정성과 공을 들이면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는 피했지만 만수의 제거 대상이 되는 선출 역의 박희순은 관람 포인트를 제시했다. 그는 "같은 영화로, 같은 장면에서 한 번은 웃고 한 번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두 번, 세 번 봐주시면 좋겠다"고 'N차 관람'을 추천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