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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지난 6월 수입물가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했다. 이는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결과로, 향후 물가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 2020년 수준 100)는 133.86으로 5월(134.61)보다 0.6% 하락했다. 이는 2월(-1.0%)과 3월(-0.4%), 4월(-2.3%), 5월(-3.7%)에 이어 다섯 달 연속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다.
수입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5월 평균 1,394.49원에서 6월 평균 1,366.95원으로 2.0%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월평균·배럴당) 63.73달러에서 69.26달러로 8.7%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 효과가 유가 상승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품목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재료는 광산품이 2.1%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1.5% 상승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과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중간재는 1.6% 하락했다. 화학제품이 2.2% 하락하고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1.8% 내리는 등 주요 중간재 품목들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1.1%, 1.0%씩 하락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커피가 13.5%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어 메틸에틸케톤이 7.3%, 이차전지가 2.8%, 니켈1차제품이 3.0%, 플래시메모리가 2.0% 각각 하락했다. 이러한 품목들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시장의 수급 변화와 함께 환율 하락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물가지수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6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26.95로 5월(128.39)보다 1.1% 하락했다. 이는 4월(-1.5%)과 5월(-3.5%)에 이어 석 달 연속 하락세다.
품목별로 농림수산품이 1.8% 내렸고, 공산품도 화학제품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각각 1.8%씩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1.1% 하락했다.
세부 품목에서는 열연강대·강판이 6.6%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가정용냉장고가 7.4%, 폴리에틸렌수지가 3.3%, D램이 1.5% 각각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제조업 둔화와 반도체 시장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6월 무역지수(달러 기준)를 살펴보면, 수입물량지수(112.55)와 수입금액지수(129.75)가 작년 동월 대비 각각 11.2%, 2.9% 상승했다. 수출 역시 물량지수(125.86)와 금액지수(138.96)가 각각 6.8%, 2.8% 올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의 지속적인 개선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95.78)는 작년 동월 대비 4.0% 상승하여 24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는 수입가격이 7.4% 하락한 반면 수출가격은 3.7%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수입가격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지수의 지속적인 개선은 우리나라의 대외교역 여건이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득교역조건지수(120.55)는 더욱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4.0%)와 수출물량지수(6.8%)가 모두 상승하면서 1년 전보다 11.0% 높아졌다. 이는 교역조건 개선과 수출 물량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에 수출물량지수를 곱한 값으로,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의 대폭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이문희 물가통계팀장은 이달 수입물가 전망과 관련해 현재까지의 여건을 설명했다. 그는 "7월 들어 두바이유 가격은 전월 대비 1% 정도 올랐고, 환율은 변동이 크게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유가와 환율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 들어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지만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향후 유가와 환율 동향에 따라 수입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수입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국내 물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 하락은 제조업체들의 생산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이는 최종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역조건 개선은 우리나라의 대외경쟁력 향상과 함께 실질 구매력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상수지 개선과 함께 거시경제 안정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과 환율 동향에 따라 수입물가 흐름이 바뀔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