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무더운 여름 날씨가 지속되면서 수박 한 통 평균 소매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다. 고온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이에 따른 출하량 감소, 그리고 폭염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수박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5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전날 수박(상품) 한 통 평균 소매 가격은 전통시장에서 3만327원으로 3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수박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3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수박 평균 소매 가격이 2만9천543원으로 아직 3만원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이미 3만원을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지역이나 매장에서는 이미 3만원을 훨씬 넘는 가격에 수박을 판매하고 있어 지역별, 매장별 가격 편차가 커지고 있다.

전국 평균 수박 가격은 전날 기준 2만9천816원으로 3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직전 집계일인 지난 11일 대비 700원이나 오른 것으로,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기간 내 급등 폭이다. 지난 4일 2만3천763원이었던 수박 가격이 열흘 만에 6천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는 일주일 반 사이에 25% 이상 가격이 뛴 것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폭으로는 상당히 가파른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봐도 수박 가격 상승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수박 가격은 1년 전인 2만1천336원보다 약 8천500원(39.8%) 올랐다. 이는 1년 사이에 40%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일반적인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평년 대비로도 41.8% 비싸 수박이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과일이 되고 있다. 과거 여름철 대표적인 서민 과일로 여겨지던 수박이 이제는 고급 과일 대우를 받게 된 셈이다.

수박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무더운 날씨가 수박 생육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유통업계는 무더운 날씨가 생육에 영향을 미쳐 수박 당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기준치 이상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박은 적절한 일교차와 충분한 수분 공급이 있어야 당도가 높아지는데,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박의 당도 형성에 필요한 일교차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

당도가 떨어진 수박은 상품성이 크게 낮아져 출하가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시장에 나오는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가들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수박만 출하하려고 하다 보니 전체적인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박 가격은 통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서울 마포의 한 과일가게 주인은 "이달 초만 해도 수박 8㎏짜리를 2만8천∼2만9천원 받았는데 지금은 3만7천원에 판다"고 말했다.

그는 "9㎏짜리는 4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3만9천원"이라면서 "날씨가 더워 당도가 올라오지 않은 탓에 물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계상 평균 가격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크기가 큰 수박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9㎏짜리 수박의 경우 4만원 가까이 가격이 형성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과일가게 주인은 "이번 주에 비가 계속 내리면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가 오면 수박 생육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쳐 품질 저하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박은 수확기에 비가 오면 당도가 떨어지고 저장성이 나빠져 상품성이 크게 저하된다. 특히 연속된 강우는 수박의 당도를 현저히 떨어뜨려 출하 가능한 물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또한 비로 인한 습도 상승은 각종 병해충 발생을 촉진시켜 수박 생산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시장 공급량을 더욱 줄여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측면의 문제와 함께 수요 측면에서도 가격 상승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무더위에 수요가 증가한 것도 수박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수분 보충과 더위 해소를 위한 수박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박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으로 천연 이온음료 역할을 하면서 여름철 필수 과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휴가철을 맞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수박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캠핑이나 해수욕장 등에서 수박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수박 출하량이 작년 같은 달과 비슷하겠지만 기온 상승으로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공급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품질 저하로 인한 실질적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려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연구원은 앞으로도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박의 품질 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박 가격 급등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중저소득층에게는 여름철 필수 과일인 수박이 부담스러운 식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수박 구매를 줄이거나 다른 과일로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박 대신 참외나 메론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을 선택하거나, 아예 과일 구매를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수박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폭염 대응을 위한 농업 기술 지원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수입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박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한 수박의 품질 저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고, 여름 성수기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8월 중순 이후 기온이 다소 낮아지고 늦은 품종의 수박이 출하되기 시작하면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된다면 수박뿐만 아니라 다른 농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수박 가격 급등은 기후변화가 농업과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장기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