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특검 [자료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사건 수사를 맡게 된 조은석 특별검사가 13일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67명의 수사팀을 이끌게 된 조 특검의 임명으로 12·3 계엄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조은석 특검(60·사법연수원 19기)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임명 소감과 향후 수사 방향을 밝혔다. 그는 "수사에 진력해 온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존 수사기관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라는 표현을 사용해 역사적 기록을 남긴다는 무게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12·3 계엄 사태가 한국 현대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을 인식하고,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특검은 또한 "수사팀 구성과 업무공간이 준비되는 대로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밝혀 투명한 수사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은석 특검은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고등검찰청장을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지명되어 활동했으며, 검찰 내 주요 수사를 두루 경험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수사 경력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2014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부실 구조 혐의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이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의 공직자 책임을 묻는 중대한 수사였다는 점에서 현재 맡게 된 내란 특검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또한 검사 시절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합류해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권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경험을 쌓았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어, 고위 정치인을 상대로 한 수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시절에는 용산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이끌었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재임할 때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입법 로비 사건을 수사해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은 그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검사임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조 특검과 이번 수사 대상인 윤석열 전 대통령 사이의 과거 인연이다.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조 특검은 중앙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냈다. 이는 조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상급자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

2017년 8월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어, 당시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검찰 조직 내에서 상하급 관계였던 두 사람이 이제는 수사관과 수사 대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거 인연에도 불구하고 조 특검이 "수사 논리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것은 개인적 관계를 배제하고 철저히 법리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내란 특검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조은석 특검을 지명했다. 이는 여야 간 치열한 특검 인선 과정을 거쳐 내려진 결정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인물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은 12·3 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정치적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지명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야당 추천 인사가 선정됨으로써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특검이 이끌게 될 내란 특검팀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67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사건의 중대성과 복잡성을 반영한 것으로,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위한 인력 투입이 이루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구성을 보면, 특검 1명을 포함해 특검보를 최대 6명까지 둘 수 있으며, 파견 검사 60명, 파견공무원 100명, 특별수사관 100명이 투입된다. 이는 기존 특검팀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로, 12·3 계엄 사태의 파급력과 수사 범위가 그만큼 광범위함을 의미한다.

특히 파견 검사 60명이라는 숫자는 전국 검찰청에서 상당한 규모의 수사 인력이 투입됨을 의미한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와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내란 사건의 각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특검은 최장 20일간의 준비기간 동안 수사팀 인선 작업과 특검 사무실 마련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특별검사보 선정, 파견 검사 배치, 수사 계획 수립, 업무 공간 확보 등의 실무적 준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특검팀들이 준비기간을 남김없이 활용했던 관례를 고려하면, 실제 수사는 다음 달 초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등이 진행해온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심화된 수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준비기간 동안 조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들로부터 수사 자료를 인수받고, 향후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267명에 달하는 대규모 수사팀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은석 특검의 임명으로 12·3 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특검 수사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국정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사초를 쓰는 자세"로 수사하겠다는 조 특검의 다짐은 단순히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역사적 평가를 의식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12·3 계엄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 어떤 의미로 기록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사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앞으로 조 특검이 이끄는 267명의 수사팀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