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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의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대출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가계의 주택자금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전국 203개 금융기관의 여신 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진행해 대출 태도, 대출 수요,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종합지수를 산출했다. 이 지수는 응답 결과를 가중 평균하여 -100에서 +100 사이로 환산되며, 지수가 ‘+’일수록 대출이 완화되거나 수요·위험이 증가한 것이고, ‘-’일수록 대출이 강화되거나 수요·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17을 기록해 전 분기(-13)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는 뜻이다.

특히 가계대출 부문에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가계 주택대출 지수는 -31, 신용대출 등 일반대출은 -22로 각각 전 분기(-11)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는 정부가 7월부터 시행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14에서 -6으로 완화됐고, 대기업 대출태도는 +6으로 전환돼 대출 문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은 여전히 강화 우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 수요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3분기 대출수요 종합지수는 5로, 전 분기(15)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수요가 여전히 증가세이긴 하지만,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의미다.

가계 주택대출 수요는 더욱 부진해질 전망이다. 가계 주택대출 수요 지수는 -6으로 돌아서며, 수요 감소 응답이 더 많아졌다. 규제 강화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수요 지수는 11에서 25로 급등하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내수 부진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신용위험 종합지수는 14로 전 분기(21)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불안 속에서도 금융기관들이 과도한 신용위험 상승은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계(25→14), 중소기업(25→19), 대기업(11→8) 모두 신용위험 증가 응답이 줄었다.

비은행 금융기관도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은 여전히 대출태도 강화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특히 신용위험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DSR 3단계 규제 도입과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으로 가계부문에서 대출 수요 감소 및 대출 태도 강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반대로 중소기업에서는 경기 대응을 위한 자금 수요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금융기관의 보수적 대응은 향후 경기 둔화 및 금리 변동성 속에서 신용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하반기 금융시장 및 가계·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