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30대 남녀의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비혼 출산 동의율 상승폭이 남성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결혼관과 가족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0~30대의 비혼 출산 동의율은 지난 15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저출생 시대의 대안적 가족 형태로서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조사 등을 바탕으로 비혼 출산 동의율을 재구성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비혼 출산 동의율은 2008년 32.4%에서 2023년 43.1%로 10.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의 동의율은 28.4%에서 42.4%로 14%포인트 증가했다. 30대의 경우도 남성은 28.7%에서 43.3%로 14.6%포인트, 여성은 23.9%에서 40.7%로 16.8%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 연령대에서 여성의 비혼 출산 동의율 상승폭이 남성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더 많이 안게 되는 여성들이 결혼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출산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혼 출산과 함께 비혼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크게 확산되었다. 20대 남성의 비혼 동거 동의율은 2008년 67.2%에서 2023년 81.1%로 13.9%포인트 증가했으며, 20대 여성은 같은 기간 55.6%에서 81.0%로 25.4%포인트나 상승했다. 30대의 경우도 남성은 58.0%에서 82.2%로, 여성은 50.1%에서 78.3%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비혼 동거 동의율 상승폭이 남성보다 현저히 크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전통적인 결혼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트너십과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인식이 여성들 사이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은 "비혼 동거나 비혼 출산 동의율 자체는 아직 남성이 여성보다, 20대가 30대보다 높지만, 그 차이는 모두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인식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실제 비혼 출산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율은 3.9%로, 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비혼 출산율 41.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다만 2023년에는 4.7%로 소폭 상승하는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혼 출산을 저출생 문제 해소의 한 대안으로 보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시댁, 결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동의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합계출산율 0.75명(작년 기준)인 나라에서 방식을 따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상속, 세액 공제 등 여러 분야에서 비혼 출산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 저출생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출산율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혼 출산을 선택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고, 상속,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결혼과 출산의 연결고리가 약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실제 비혼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것이 심각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결국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은 결혼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