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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노동시장의 일자리 사정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가 0.37로 떨어지며 27년 만에 5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5월(0.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방증한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증가 폭 역시 위축됐다. 5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5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7천 명(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팬데믹 여파가 심각하던 2020년 5월(15만5천 명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고용이 감소하거나 정체됐고, 서비스업만 증가세를 보였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385만 명으로 자동차·화학제품·식료품 등 일부 업종이 증가했지만, 섬유·금속가공·고무·플라스틱 분야는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 고용을 제외하면 내국인 가입자는 1만6천 명 줄며, 제조업 내 내국인 고용 감소세가 2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은 더욱 심각하다. 가입자 수는 75만4천 명으로,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22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업황 둔화와 공공사업 축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비스업은 보건복지, 숙박음식, 운수창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1,082만 명에 이르렀다. 반면 도소매업과 정보통신업은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연령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에서도 세대 간 양극화가 뚜렷하다. 60세 이상은 19만 명, 50대는 5만4천 명, 30대는 7만3천 명 증가한 반면, 29세 이하와 40대는 각각 9만3천 명, 3만7천 명 줄었다. 특히 29세 이하는 3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청년층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외국인 노동자 가입자 수는 외국인력 도입 확대에 따라 25만6천 명으로 전년 대비 2만2천 명 증가했다.

실업 상황도 개선되기는커녕 점차 악화되고 있다. 5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5천 명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지만, 구직급여 수급자는 67만 명으로 3.7% 늘었다. 지급액 역시 1조1,1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구직급여 예산 10조9천억 원 중 5월까지 5조3,663억 원이 지급돼 벌써 절반 가까이 소진됐다. 천경기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직급여 신규 신청은 계절적 요인이 있고, 지급 인원 증가세는 과거 수급 기간 확대 정책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서비스 통합 플랫폼 '고용24'에 등록된 5월 신규 구인 인원은 14만1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6천 명(24.8%) 감소했다. 신규 구직 인원은 37만6천 명으로 1만 명 증가하면서, 일자리 수보다 구직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천 과장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급감한 것은 노동시장 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이 줄고,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고용 회복세가 유지될 수 있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경기둔화 영향으로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통계는 한국 고용시장이 겉보기에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산업별·세대별 불균형과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구인 배수 0.37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국민에게는 체감되는 현실이며, 정부에게는 구조적 해법을 요구하는 경고음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