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검 [자료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임성근·조병노 구명로비 의혹' 관련 핵심 사건 자료를 확보했다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민중기 특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임성근, 조병노 등에 대한 구명로비 사건 관련 자료를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동안 의혹 제기에 그쳤던 구명로비 사건이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특검팀은 공수처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기록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한 후,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자료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수사 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의 이번 발표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사안인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수처에서 축적된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은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의 개인적 친분을 악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 의혹은 단순한 인맥 활용을 넘어 공직자의 인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는다.

사건의 구체적인 발단은 2023년 8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종호 전 대표는 이날 김규현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성근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VIP'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자신이 청와대 핵심 인물들과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위 군간부의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병대라는 군 조직의 지휘관 인사에 민간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에서 군정 분리 원칙에도 어긋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의혹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김규현 변호사의 공익 제보였다. 김 변호사는 이종호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녹취하고 이를 관련 기관에 제보함으로써 구명로비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됐다. 이러한 내부 고발은 은밀하게 진행될 수 있는 로비 활동의 실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김 변호사의 제보는 단순한 추측이나 의혹 제기를 넘어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정황을 담고 있어 수사기관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녹취록이라는 물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수사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 범위는 임성근 전 사단장 관련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가 이종호 전 대표를 통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등장하는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 역시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조병노 경무관과 관련된 의혹은 세관의 마약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인사 개입을 넘어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마약 수사라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는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있다. 그는 김건희 여사와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비 활동을 펼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투자업계 인사인 그가 어떻게 군 고위간부나 경찰 간부의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활동은 단순한 개인적 호의나 친분 관계를 넘어 체계적인 로비 활동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여러 사안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중기 특검팀이 공수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이첩받은 것은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단계다. 공수처에서 진행해온 기초 수사를 바탕으로 특검팀이 더욱 심화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검팀은 이제 구체적인 증거 수집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구명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직접적인 관여 여부와 정도, 그리고 실제로 로비가 성과를 거두었는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자료 확보를 계기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관련자들에 대한 순차적 소환과 함께 추가 증거 수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명로비 의혹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을 넘어 국정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안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의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어야 할 시점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