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정책을 대폭 전환하며 방공 무기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격 무기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소극적 지원 방침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군사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나토와 오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오늘 체결된 협정에 따라 나토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상급 무기를 생산할 것이고, 이를 나토에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첫 번째 판매에서 나토 동맹국들에 약 100억 달러(한화 13조8천360억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방침에서 상당 정도 달라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나토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무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도 자신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는 (조) 바이든(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쟁이지, 공화당이나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 합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으나 최근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해왔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백악관 신앙사무실 오찬 행사에서도 푸틴에 대한 불만을 거듭 드러냈다. "여러 번 협상이 타결됐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영부인에게 '푸틴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이제 끝났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와우, 이상하다. 러시아가 방금 (병원의) 간호사를 폭격했다는데…'라고 말하곤 했다"며 푸틴의 일관성 없는 행동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나토)에게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것이며, 그들은 해당 무기를 즉시 전장, 다양한 전선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한 달 전 그곳(네덜란드 헤이그 나토정상회의)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의) 2%에서 5%로 인상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번 협정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방공 시스템뿐 아니라 미사일, 탄약 등 대규모 군사 장비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방어적 무기 지원에서 공격적 무기 지원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뤼터 총장은 미국에서 구매한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보내려는 계획에 독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이 참여 의사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는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신속히 이동시키고, 미국이 나중에 (무기를) 채우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속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압박 카드를 제시했다. 그는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는)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율이 1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가 평화 합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의 무역 상대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글로벌 무역 체계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위협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무역을 많은 일에 사용한다"며 "(관세는) 전쟁을 해결하는데도 훌륭하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러시아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의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도 그에 상응하는 2차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관세' 위협은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주도로 미 의회에서 추진하는 러시아 제재 법안과는 조금 다르다. 이 법안은 러시아의 석유와 우라늄을 구매하는 국가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공화당이 완전한 통제권을 쥐고 있지만, 우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하지만,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어떻게 될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기존의 소극적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서 적극적 군사 지원으로 전환한 것이다. 둘째, 나토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을 택함으로써 미국의 직접적 개입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군사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셋째, 경제적 압박을 통해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푸틴 대통령과의 평화 협상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과 맞물려 미국의 무기 산업에도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러시아가 이러한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