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올해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연립·다세대 및 단독·다가구 등 비(非)아파트 주택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확산하면서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진 양상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주택 매매 신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에서 매매 신고된 주택 6만3,730건 가운데 아파트가 4만5,022건으로 전체의 70.6%를 차지했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아파트 거래 비중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서울 주택 거래 10건 중 7건 이상이 아파트로 채워진 셈이다. 반면, '빌라'로 통칭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거래 비중은 26.2%(1만6,716건), 단독·다가구 주택은 3.1%(1,992건)에 그쳐 각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3년으로, 당시 65.6%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 2020년에는 53.1%, 2021년에는 38.1%까지 떨어졌다. 특히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거래가 위축됐던 2022년에는 아파트 거래 비중이 26.0%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
반대로, 전셋값 급등과 빌라 신축 붐이 있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연립·다세대 거래 비중이 각각 53.3%, 64.7%에 달해 아파트를 앞섰다. 특히 2022년에는 연립·다세대 거래량이 3만1,881건으로 아파트 거래량(1만2,799건)의 2.5배를 넘었다.
하지만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화된 2022년 말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2023년 연립·다세대 거래 비중은 37.5%로 내려앉았고, 2024년에는 31.4%로 더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30% 이하로 떨어지며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단독·다가구 주택 역시 2023년부터 5% 미만으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3%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아파트는 2023년 58.1%, 2024년 64.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70%를 돌파하면서 다시 주택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아파트 쏠림을 더욱 가속화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올해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지의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에 제한이 있었음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과 가격 회복세가 맞물리며 매수세가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으로 보인다.
비아파트 수요 위축은 신규 공급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의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만6,311가구로, 2020년 동기간 5만1,817가구에 비해 31.5%에 그쳤다. 서울도 같은 기간 2,232가구로, 2020년 동기간(1만1,757가구)의 19%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매매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자극해 임차인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며 “다만, 임차인 보호 장치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아파트 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주거 시장의 건강한 균형을 위해선, 비아파트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함께 실효성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