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그가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8월 1일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단순한 협상 전술을 넘어서 실제 무역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통보가 협상 전술이냐 아니면 실제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좋은 합의를 갖지 못하면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어 "하지만 대화는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덧붙여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에는 30%의 상호관세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30%와 35%의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을 겨냥한 것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해싯 위원장은 이러한 관세 통보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상무부 장관)과 나머지 무역 팀이 협상한 개략적인 합의들을 일부 봤는데 대통령은 합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합의안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브라질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50%의 관세를 통보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에 이처럼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은 브라질과의 협상, 그리고 브라질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많다"면서 "브라질 관세가 훨씬 높은 이유는 대통령이 보우소나루와 관련해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가 무역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관계였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지난 9일 브라질에 기존 10%보다 40%포인트 인상한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후 권력 이양을 거부하며 군부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브라질 사법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현 브라질 정부에 대한 불만을 무역 정책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정책과 외교 정책을 연계하여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구리에 50%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미국에서 구리를 재료로 각종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비용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 (구리를) 덤핑하는 나라들과 사람들이 이 관세의 대부분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계의 일반적 견해와 상반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관세 비용이 주로 수입업체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구리와 같은 필수 원자재의 경우 대체재가 제한적이어서 관세 부과 시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위협에 대해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보복 관세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USMCA 협정 하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 통보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미 3국 간의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관세 부과 시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협상 압박을 위한 전술인지 아니면 실제 정책 의지인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싯 위원장의 발언은 이것이 단순한 협상 전술을 넘어서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8월 1일이라는 구체적인 시한 설정은 무역 파트너국들에게 시간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만약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는 글로벌 무역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의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관세 부과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는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 내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전쟁의 재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이 보복 관세로 대응할 경우, 글로벌 무역량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이는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싯 위원장이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아직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8월 1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이 어떤 양보안을 제시할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한 만큼, 무역 파트너국들은 더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양보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역 불균형 해소, 시장 접근성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보를 포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될지는 앞으로 몇 주간의 외교적 노력에 달려 있다. 8월 1일이라는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국제 무역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