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청년 창업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문을 닫거나 창업을 포기하는 청년 사업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미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경제적 선택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사업체를 운영 중인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는 35만4천672명(월평균)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만6천247명이 감소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번 감소는 더욱 충격적인데, 그 이유는 청년 가동사업자가 그동안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가동사업자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제로 청년 가동사업자는 통계 집계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청년 사업자는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도 매 분기 증가세를 기록했고, 엔데믹 이후 고금리 여파로 폐업자가 급증한 2023년에도 2분기(2천211명)와 4분기(6천779명)에 증가 폭이 1만명 밑으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증가세는 유지됐다.
하지만 작년 3분기 1만9천400명 줄어들며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뒤, 4분기에는 2만1천527명이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가동사업자 감소는 창업보다 휴업 및 폐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폐업자 수는 2023년부터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폐업자 상당수가 경영 노하우와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 사업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년 사업자 감소는 특히 소매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매업에 종사하는 청년 사업자는 12만7천8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만6천185명 줄었다. 소매업은 청년 사업자 약 3분의 1이 몰려 있는 업종으로, 1분기 청년 사업자 감소의 62%가 소매업에서 발생했다.
소매업 청년 사업자는 작년 3분기 처음으로 감소세(-8천806명)를 기록한 뒤, 반년 만에 감소 폭이 두 배로 커졌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의 확산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기업의 소매업 진출로 인한 경쟁 심화,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음식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음식업 청년 사업자는 4만6천269명으로 1분기에 5천507명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폭 감소이며, 작년 3분기부터 분기마다 약 5천명씩 음식업 청년 사업자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청년 창업자는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기술 기반이 없는 자영업을 한다"며 "이런 업종이 대부분 포화 상태거나 수요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시장 포화 상태에 도달한 가운데, 물가 상승과 임대료 부담,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영세한 청년 사업자들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건설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건설업 청년 사업자도 타격을 받고 있다. 1분기 건설업 청년 사업자는 1만4천472명으로 역대 최대폭인 247명 감소했다. 작년 3분기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뒤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년 사업자 감소는 최근 청년 고용 부진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작년 5월부터 13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으며, 청년층 실업률도 올해 초 상승세를 보이면서 7% 내외를 맴돌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이라는 두 가지 경제활동 선택지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취업이 어려울 때 창업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막힌 상황에서 청년들의 경제적 활로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년 고용시장이 녹록지 않다 보니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창업은 중장년층과 비교하면 부채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폐업으로 내몰리기 쉽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청년 창업자들은 초기 자본 부족으로 인해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경영 경험과 인맥,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장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 하에서는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어 경영 압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사업자 감소 문제가 단순히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수 침체, 고금리 기조, 인구 감소, 시장 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년 창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금융 지원 확대, 창업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 확충, 규제 완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청년들이 기술 기반 창업이나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한 자영업 형태의 창업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사업 모델 개발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 사업자 감소는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서 국가 경제의 미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창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의 핵심 요소인 만큼, 청년 창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