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하는 한미일 외교장관 [자료사진=연합뉴스]
한미일 3국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3자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반도와 역내 정세, 글로벌 이슈 전반에 대해 긴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는 현지시간 오전 10시 10분(한국시간 오전 11시 10분)부터 약 40분간 진행됐다. 한국 측에서는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미국과 일본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각각 참석했다. 외교장관 대면회의 형식이지만, 한국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차관이 대신 참석하게 됐다.
한미일 3국은 이번 회의에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사이버 범죄 대응, 그리고 북러 협력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러시아와의 협력 심화가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며, 3국이 지속적으로 공조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도 다시금 강조됐다. 한미일은 북한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규범과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외교적 해법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공유했다.
이와 함께, 중국을 둘러싼 지역 정세, 특히 대만해협과 양안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언급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수차례의 한미일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대만해협 안정과 평화 유지를 강조해온 만큼, 이번에도 관련 메시지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한 논의다. 박 차관이 루비오 장관에게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상호관세 발효 시점을 오는 8월 1일로 통보한 데 따른 대응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4개국에 대해 25~4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번 회의에는 각국 외교 고위 당국자들도 배석해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미국 측에서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션 오닐 동아태국 고위관리, 일본 측에서는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 한국 측에서는 백용진 한반도정책국장이 함께 자리했다.
이번 3자 외교장관회의는 지난 4월 나토(NATO) 외교장관회의 계기 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의 회동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급 회담이다. 정식 외교장관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한미일 3국이 외교장관회의 형식을 유지하고 고위급 논의를 지속했다는 점은, 미·일 양국이 한국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박 차관의 이번 참석은 단순한 대리 일정에 그치지 않고, 한미일 전략 공조를 유지·강화하려는 한국의 적극적 외교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세안과의 다자 외교 현장에서 이처럼 긴밀한 3자 회담이 성사된 것은 역내 안정과 글로벌 질서 유지에 있어 한미일 협력이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