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로의 복귀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는 “청와대 개방 이후 아직 못 가봤는데, 이번 기회에 꼭 가봐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실제로 청와대 관람 예약에는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관람객 수는 주말 수준에 육박할 만큼 늘어나며, 청와대는 다시금 국민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약 70년 동안 대통령의 공식 집무 공간은 서울 종로구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청와대였다. 처음 이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저로 사용되던 건물이었고,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로 명명해 집무실 겸 관저로 활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1955년에는 경내 일부가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시민들에게 개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8년 1·21 사태(김신조 무장공비 침투 사건)를 계기로 보안이 강화되며 청와대 주변 도로와 산책로는 차단되고, 시민 접근은 엄격히 통제되었다.

1960년 12월, 윤보선 대통령 재임 중 이 공간은 ‘청와대’로 명칭이 변경됐다. ‘푸른 기와집’이라는 뜻을 지닌 청와대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 공간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을 집무실과 생활 공간으로 병행 사용했고, 이후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91년에는 본관, 관저, 춘추관을 새로 건립하며 기능 분리가 이뤄졌다.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하며 대통령의 권력을 국민 가까이에 두려는 시도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관람을 확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와의 수평적 소통을 위해 본관 구조 변경을 고려했으나 실현되진 못했다. 이명박,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집무실 이전을 검토했으나 행정적 효율성과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됐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청와대가 아닌 외부, 즉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했다. 이는 권위주의 상징에서 벗어나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상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동시에 청와대는 일반에 전면 개방되었고, 관광 명소로 재탄생했다. 개방 이후 청와대는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국민적 공간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집무실 복귀를 공식화했으며, 청와대 시설 정비가 끝날 때까지는 당분간 용산 대통령실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시금 ‘청와대 시대’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집무실 위치에 법적 근거는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는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정부조직법이나 대통령 관련 법령에서도 대통령이 어디서 집무를 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항은 없다.

즉, 대통령 집무실은 법률적 강제가 아닌 관습과 선택의 영역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 행정 운영 방식, 상징성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든 용산이든, 대통령이 선택하면 그곳이 곧 대통령 집무실이 되는 셈이다.

해외 주요국의 수반 집무실도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정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백악관 웨스트윙에 위치한 ‘오벌 오피스’에서 집무를 본다. 이 공간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참모들과의 소통이 용이하도록 집무 공간이 집중 배치돼 있다.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도심의 엘리제궁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집무실과 관저, 참모 공간이 모두 같은 건물에 모여 있다. 이는 행정 효율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모두 고려한 구조다.

독일은 베를린 중심의 연방 총리청사를 집무 공간으로 사용한다.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총리청사는 연방의회와 불과 500m 거리다.

영국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집무한다. 외관은 평범한 주택처럼 보이지만, 이는 ‘서민적 총리’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실내에는 총리의 거주 공간과 집무 공간이 연결돼 있어 일상과 정무의 경계를 허문 구조다.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업무를 보며, 비교적 단출한 공간 구성과 실용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일본 특유의 절제된 정치 문화가 공간에도 반영되어 있다.

청와대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 70년 가까이 기능하며 정치 권력의 상징이자 국가 운영의 심장부로 자리 잡아 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 국민과의 거리, 정치적 상징성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며 집무실의 위치 또한 변화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선언은 단순한 공간 이전을 넘어 대통령제의 상징과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시대적 고민을 반영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 사례와 함께 볼 때, 대통령 집무실은 단지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정치 철학을 담는 무대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다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실로 돌아올지, 그리고 그 의미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국민의 관심은 당분간 이곳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