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 14세 교황 [자료사진=연합뉴스]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가 오는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즉위 미사는 새 교황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오랜 가톨릭 전통에 따라 여러 상징적 의식으로 진행된다. 미사에 앞서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지하에 안장된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을 참배함으로써 성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교황직을 이어받았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후 '성인호칭기도'와 고대 찬가인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신다'(Laudes Regia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들과 함께 대성전 내부에서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행진한다. 광장에 설치된 제대에 오르면서 즉위 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사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교황권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 착용 의식이다. 이를 통해 레오 14세는 온 세계를 향해 교황으로서의 직무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팔리움은 교황이 어깨에 걸치는 고리 모양의 흰색 양털 띠로, 로마 트라스테베레의 산타 체칠리아 수도원 수녀들이 정성껏 손수 제작한다. 이 팔리움에는 앞, 뒤, 옆으로 붉은색 십자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이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오상)를 상징한다. 또한 양모는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어부의 반지'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으며,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한다. 고대에는 이 반지를 교황 인장으로 사용했으나, 현대에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며, 교황이 서거하면 파쇄되는 전통이 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부의 반지'조차 순금을 사용하는 관례를 깨고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를 착용했을 정도로 즉위 미사에서도 검소함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교회의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위 미사의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은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12명의 대표단이 교황 앞으로 나아가 복종을 맹세하는 의식이다. 이 대표단은 추기경 3명과 주교 1명, 사제 1명, 부제 1명, 두 수도회 총원장(남녀 각각 1명), 한 쌍의 부부, 한 소년과 한 소녀 등 교회의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도록 구성된다.
이번 즉위 미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강론을 통해 새로운 사목 방향을 천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강론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 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가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첫 인사에서도 '평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 인사를 하며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고 말했다.
강론 이후에는 성찬기도와 감사기도, 영성체 예식이 이어지고, 레오 14세 교황은 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를 뜻하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강복을 내릴 예정이다. 파견 예식과 함께 교황이 광장에서 퇴장하면서 약 2~3시간 가량 소요되는 즉위 미사는 마무리된다.
이번 즉위 미사에는 전 세계 200여개국 정부 대표와 종파를 초월한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참석이 확정된 주요 인사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스페인 왕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가 참석한다. 또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며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레오 14세를 선출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가한 유흥식 추기경과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원장인 정연정 몬시뇰도 즉위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에 약 25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라는 점에서 미국에서도 이번 즉위 미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로마 경찰은 이번 대규모 행사의 안전을 위해 약 5천 명의 경찰력을 배치하고, 저격수, 드론 방어 시스템, 헬리콥터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보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는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인 만큼 테러 위협 등에 대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는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