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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수출이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로 출발했다. 미국의 관세부과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이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어 하반기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9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5%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1∼10일 조업일수는 8.5일로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수출은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4.3%)를 기록했다. 이는 6월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한국 수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 관세부과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1월과 5월을 뺀 나머지 기간엔 모두 1년 전보다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 증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적 수출 효자 품목들이 다시 한 번 수출 증가를 이끌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1∼10일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12.8%), 승용차(13.3%), 선박(134.9%) 등 주력 품목이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9.7%로 작년 동기보다 0.6%포인트 상승하며 여전히 한국 수출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는 고부가 제품 수요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붐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와 함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도 반도체 수출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13.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 관세 영향으로 미국 수출은 줄었지만, 유럽연합(EU) 수출이 전기차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은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역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EU 시장에서의 성과가 이를 상쇄하며 전체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시장 다변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박 수출이 134.9%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해운 경기 회복과 함께 수주 확대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친환경 선박과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증가가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은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 산업이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친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석유제품(-1.9%), 무선통신기기(-13.7%) 등은 수출이 줄었다. 특히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상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석유제품 수출 감소는 글로벌 유가 변동과 함께 에너지 전환 시대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별로는 중국(6.2%), 미국(6.1%), EU(3.6%), 베트남(2.3%)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했고 홍콩(-43.1%) 등은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대 시장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6.1%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적응력을 보여준다.

중국 시장에서의 6.2% 증가는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출 증가는 한국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10일 수입은 200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원유(4.9%), 기계류(17.2%), 가스(21.9%) 등에서 증가했고 반도체(-4.5%), 석유제품(-27.4%) 등은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에너지 수입 증가가 전체 수입 증가를 이끌었다.

국가별로는 중국(2.2%), EU(18.3%), 일본(6.8%) 등에서 수입은 늘었고 미국(-13.1%), 대만(-9.1%) 등은 줄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 수입 증가가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초 수출 증가세는 하반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주력 품목의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연간 수출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 정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기존 주력 품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혁신 투자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