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2026년 적용될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되면서,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결정은 올해 최저임금 1만30원보다 290원(2.9%) 인상된 수준으로,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8번째 합의 사례가 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2026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이번 합의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어 온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215만6천880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월 환산액보다 상당한 증가폭을 보이는 수치다. 다만 이번 인상률 2.9%는 올해 1.7%나 2021년 1.5%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인상률이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도입되어 인상률을 알기 어려운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 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를 기록했다. 현 정부의 2.9%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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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 78만2천 명(영향률 4.5%),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는 290만4천 명(영향률 13.1%)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당수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노총 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에도 노사공 위원 23명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지난 회의에서 공익위원 심의 촉진구간(1.8%∼4.1%)이 제시된 상황에서 이날 마무리를 목표로 심의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위원들은 예상보다 낮은 심의 촉진 구간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근로자위원은 한국노총 측 5명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노사는 9·10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격차를 좁혀 나갔다.
10차 수정안에서 노동계는 1만430원, 경영계는 1만230원을 제시해 격차가 200원까지 줄어들었고, 이후 공익위원들의 조율을 통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후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최근 몇 년간 노사 간 대립으로 인해 공익위원 결정에 의존해왔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례로 해석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비록 합의로 결정됐지만, 노사 양측은 모두 이번 최저임금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경제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결정임을 시사한다.
이번 최저임금 합의는 17년 만의 노사공 합의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계에서는 생계비 부족을, 경영계에서는 경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과 함께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