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한국 수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 모니터’ 보고서에서 2025년 한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을 15.0%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 주요 교역국 15개국 가운데 중국(41.4%)과 일본(16.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실효 관세율이란 미국이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한 총액 대비 실제 걷은 관세 총액의 비율로, 관세 부담의 실질적인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피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기타 품목에 대한 10%의 기본 상호관세 체계를 적용해 각국의 실효 관세율을 계산했다.
한국과 일본의 실효 관세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두 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관세율이 높은 자동차·철강 등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자동차에 25%, 5월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3월 12일부터 25%, 6월 4일부터는 50%로 인상한 상태다.
이러한 관세는 2024년 대비 한국의 실효 관세율을 무려 14.8%포인트나 증가시켰다. 트럼프 관세 이전 한국의 실효 관세율은 0.2%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급등한 것이다. 일본 역시 같은 기간 1.5%에서 16.5%로 14.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중국(30.7%포인트 증가)에 이어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피치는 이와 같은 흐름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6월 23일부터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에도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부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주요 원료인 구리에도 5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의약품 같은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에도 관세 부과 여부를 이르면 이달 말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는 이들 품목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실효 관세율이 18.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37.1%), 대만(22.1%), 아일랜드(20.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품목별 관세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및 부품의 관세 완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협상 전망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 상호관세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또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자동차 관세 문제로 결국 결렬됐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한국의 수출 구조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다자 간 협상과 외교적 해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