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일 열린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되,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해왔던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멈춘 것은,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급증이라는 ‘금융 불안’의 신호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몇 주 사이 2018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자산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가계대출도 심상치 않다. 6월 한 달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2천억 원, 전체 금융권에서는 6조5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서울 등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긴급 발표했고,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 측면에서 추가 자극을 자제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하 직후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리는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이런 발언을 실제 정책으로 옮긴 사례로 볼 수 있다.
금통위는 이번 동결을 통해 8월 회의 전까지 시간을 벌고, ▲가계대출 규제의 실효성 ▲3단계 DSR 규제 도입 효과 ▲이달 말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방향 ▲약 32조 원 규모의 추경 집행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동결을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는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동결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도 한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25~4.50%로, 한국과는 역대 최대 폭인 2.0%포인트 차이가 난다. 연준이 연내 한 차례만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속에, 한국은행도 연준의 속도에 발을 맞추려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정부의 추경 집행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요인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경 효과를 지켜보면서 한은이 추가 인하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고, 미국 관세 등 외부 변수의 충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은이 전국적 통화정책으로 수도권 집값을 조정하려 하기보다는, 가계부채보다 경기 둔화가 더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10월쯤 한 차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 역시 “8월에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고,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연내 1~2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