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주택연금 신규 가입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것보다 주택 매매 차익을 노리는 분위기가 다시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1천164건으로 4월 1천528건보다 23.8% 감소했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나타난 감소세다.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올해 초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1월 762건에서 시작해 2월 979건, 3월 1천360건, 4월 1천528건으로 매달 증가하다가 5월 들어 처음으로 추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3월과 4월에는 각각 38.9%, 12.4%씩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에는 정반대 양상을 나타냈다.

반면 주택연금 중도 해지는 늘어났다. 4월 162건에서 5월 179건으로 10.5% 증가해 신규 가입 감소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주택 소유자들이 연금 대신 직접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그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연금 방식으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이 제도는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주택연금 가입 여부는 집값 전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상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때는 주택연금 신규 가입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주택을 나중에 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이 지금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은 유지하지만,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기회는 제한적이 된다. 연금 수령 기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다면, 연금 대신 직접 매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하는 것이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주택연금 가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주택매매지수는 지난 5월 95.53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월을 100으로 하는 기준에서 2022년 12월 96.810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95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 지수의 상승세는 매우 일관되고 가파르다. 지난해 5월 90.130을 기록한 뒤 올해 5월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상승했으며, 상승 속도도 점차 더 빨라지고 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상승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지수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달아오른 상태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5월 111로, 4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3개월 연속 상승으로, 지난해 10월 116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향후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상승 기대, 그 미만이면 하락 기대를 의미한다. 5월 111이라는 수치는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주택가격 상승을 상당히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6월 지수가 120으로 5월보다 다시 9포인트나 뛰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상승 기대를 넘어 과열 양상을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급속한 상승은 주택 시장의 기대 심리가 매우 낙관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택가격 상승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전국적인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저금리 기조의 지속, 공급 부족 우려, 재개발·재건축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주택연금 가입이 저조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는 한 주택 소유자들은 연금 가입보다는 직접 매매를 통한 차익 실현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고령층의 노후 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택연금은 고령층이 보유한 부동산을 현금 흐름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인해 이러한 안정적인 노후 준비 수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는 노후 빈곤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주택연금 제도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값 상승기에도 주택연금의 매력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