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도착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현지시간 7월 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EU)에 대해 상호관세를 책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바로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하며 개별 협상에 착수했고, 현재까지 미국과 최종 합의에 도달한 국가는 영국과 베트남뿐이다.
가장 치열한 협상전을 벌이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미국과 연간 1조6천억 유로에 달하는 거대 교역 규모를 지닌 최대 무역 파트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이 직접 워싱턴DC를 방문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회원국 간 입장차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독일은 영국처럼 빠른 합의를 선호하며 유연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시간을 두고 원칙을 지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보복관세 위협을 유지하다가도 포괄적 무역협정이 어려운 만큼 ‘원칙 합의’ 수준의 기본적 합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는 31%라는 높은 상호관세율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농수산물 수입 확대와 약품 관세 면제를 논의 중이다. 세계적인 제약 기업 로슈, 노바티스를 둔 스위스는 약품 분야의 미국 관세 검토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시아권도 분주하다.
인도는 제3의 합의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막판 협상을 벌였으며, 동시에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한 보복관세 준비도 마쳤다.
한국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연이어 미국에 파견해 막판 조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두 차례 통화했으며, 이시바 총리는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태국은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 70% 감축(5년 내), 그리고 미국산 상품 관세 최대 20% 수용 등의 안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밀 5억 달러 수입,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그리고 보잉 항공기 추가 구매까지 고려 중이다.
이러한 각국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7월 9일까지 협상 완료, 아니면 서한 발송”이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밝히며 사실상 ‘협상 마감’ 시한을 못 박은 것에 따른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앞세워 상대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한 후 압박을 강화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의 국가와 7월 9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서한 아니면 합의(a deal)”라는 표현으로 일방적 통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한을 활용해 교착 상태였던 무역 협상을 돌파하고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유예 시한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세계는 지금 워싱턴을 향해 숨 가쁜 마지막 협상전을 벌이고 있다.
9일 이후, 미국발 상호관세 전쟁이 현실화될지, 아니면 각국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