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국내 경기 위축이 소상공인들을 직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술집과 숙박업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 중 50만 곳이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4천17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0.72% 감소한 수치로,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12.89%나 급감한 것이다.

KCD 관계자는 "경기 위축과 연말 특수가 사라진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분기 소상공인들의 사업장당 지출은 3천153만원, 매출에서 지출을 뺀 순이익은 1천26만원에 그쳤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식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모든 외식업 세부 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났는데, 특히 술집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1.1%라는 가장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이어 분식업이 7.7%, 제과점·디저트업이 4.9%, 패스트푸드업이 4.7%, 카페업이 3.2% 각각 매출이 줄어들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숙박·여행서비스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해당 업종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1.8%나 급감해 외식업과 함께 소상공인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KCD는 "외식업과 숙박업은 소비자의 선택적 지출 대상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에 대외 통상여건 악화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 회복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전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의 100.7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CCSI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다. 100을 넘으면 장기평균 대비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고, 100 미만이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경영 사정 악화는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은 총 361만9천 곳으로 추산됐는데, 이 중 86.2%에 해당하는 312만1천 곳은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8%인 49만9천 곳은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들의 평균 연체액은 640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천243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상당한 규모의 빚을 남긴 채 사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719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704조원에서 1년 사이 15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별로는 은행 대출이 433조3천억원(60.3%),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285조9천억원(39.7%)을 차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체 규모의 급증이다.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은 총 13조2천억원으로, 1년 전 9조3천억원에서 4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연체 금액은 은행권에서 2조8천억원, 비은행권에서 10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축은행(5.6%)과 상호금융(3.2%) 업권에서 대출 잔액 대비 연체 금액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대선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종합적인 채무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포함하는 종합방안을 마련하고, 비상계엄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별도 지원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를 통한 소비 촉진, 소상공인 폐업지원금 현실화와 폐업 시 대출금 일시 상환 유예 요건 완화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상공인 응급 지원 3대 패키지로 매출액 급감 소상공인 특별 융자, 경영안정 자금 지원 확대, 소상공인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 지원금 확대를 제시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상공인 매장 신용카드 지출 캐시백 제공과 온누리상품권 규모를 5조5천억원에서 6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소상공인들이 단순한 일시적 어려움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50만 곳에 달하는 폐업 사업장과 급증하는 연체 규모는 소상공인 부문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부담 완화, 정책자금 지원 확대, 내수 활성화 대책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경영 정상화 없이는 국내 경제의 근본적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KCD는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개인사업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 곳을 표본조사하고,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했다. 사업장별 여신금융협회·홈텍스 연동 데이터와 한국신용정보원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도 활용됐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