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강남발(發) 주택가격 상승세가 비강남권까지 번지며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를 꺼내 들었다.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핵심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실수요가 아닌 대출을 폭넓게 차단하는 데 있다.
사실상 실거주가 아닌 투기성 수요에 대한 금융차단 조치로,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를 일률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한 조치다.
최근 강남, 마포, 용산, 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에서 고소득 전문직들이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사들이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13억 원대로, 이번 조치는 평균 시세의 절반만큼만 대출을 허용하는 셈이다. 금융위는 “서울 및 수도권 주택가격과 소득 대비 적정 대출 수준 등을 감안해 6억 원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강남권을 비롯한 특정 고가 아파트 지역의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다주택자의 추가 구입에는 아예 대출을 허용하지 않으며(LTV 0%), 생활안정자금 목적 대출도 막는다. 실거주 목적 주담대 역시 6개월 내 전입 요건이 붙고, 1주택자의 갈아타기 대출도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2년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이는 곧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전세대출 조건 또한 강화되어,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대출은 전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LTV나 DSR 조정이 아닌, 대출 한도 자체에 ‘상한선’을 두는 전례 없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서울 집값은 최근 주간 상승률이 0.43%에 달하며,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동구(0.99%), 마포구(0.98%) 등은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가계대출도 4월 5조3천억 원, 5월 6조 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늘어났고, 6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이러한 급등세에 ‘패닉바잉’ 현상까지 나타나자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강수를 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특히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정책적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DSR 원칙에도 혼선이 생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는 ‘소득만큼 빚을 지게 한다’는 기조를 지켜왔으나, 이번엔 소득·집값과 관계없이 6억 원 한도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30년 만기 대출 기준 월 상환액이 약 300만 원 수준이므로, 소득 기준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대출 제한은 문재인 정부 당시 2019년 도입된 ‘15억 초과 주택 대출 금지’와 비교된다. 당시 정책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전면 금지했으나, 이번 조치는 금액을 낮추는 대신 일정 수준의 대출을 허용하는 ‘부분 규제’다. 정부는 “과거 정책이 지나치게 획일적이었다면, 이번은 실효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더 정교하고 실질적인 제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엔 일부 초고가 주택에 한정되던 규제가, 이제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며 실수요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이나 대출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즉각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에 대한 LTV 추가 축소, 전세대출·정책모기지에도 DSR 적용 확대 방안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전세자금 대출은 DSR 적용이 제외됐지만, 이번엔 이를 포함시켜 ‘갭투자→집값 상승’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문별 자본완충제도(SCCyB·sSyRB)’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은행의 대출 공급 여력을 위축시켜, 실질적인 대출 축소를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규제는 단기적으로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신호”라며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화가 함께 가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수 입지에 충분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 조치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필요 시 규제지역 확대와 추가 규제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