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 시행방안 토론회 [자료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현실을 반영해, 노인 의료비를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제도 개편을 통한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소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 시행방안' 토론회에서 “초고령사회에서 기존의 건강보험 운영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노인 의료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의 주최로 열렸으며,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건강보험의 구조적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김 소장은 지난 10년간의 건강보험 지출 추이를 근거로 국가개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급여비는 연평균 8.1% 증가했고, 2023년에는 약 83조 원에 달해 2014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급여비 증가율은 10.5%로, 같은 기간 14세 이하 유년층(4.6%)이나 15∼64세 노동연령층(6.8%)보다 훨씬 높았다. 이 같은 수치는 노인 의료비의 구조적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압박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김 소장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건강보험 제도 개편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총인구 대비 비중은 2023년 11.9%에서 2050년 32.2%, 2070년에는 무려 40.7%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약 45년 뒤, 국민 10명 중 4명이 70세 이상 노인이 된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 지출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70년에는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 중 78.8%가 노년층에게 사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민간 중심 부담 구조를 넘어서,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비를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의료비 국가책임제는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만을 위한 해법이 아니라, 세대 간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소장은 “고령자 본인이나 자녀 세대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가 확립되면,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대 논의에서 자주 제기되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소장의 제안 외에도, 고령사회에 걸맞은 의료보장 시스템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이어졌다.

고령 인구의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차의료 강화, 만성질환 관리, 장기요양 서비스 연계 등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인 의료비 국가책임제가 향후 정책 과제로 채택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고령사회에 대응한 보건복지 시스템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