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그 이면에는 '일자리 질 저하'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고령층이 은퇴 이후에도 다시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 하나, 부족한 연금소득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기존 경력과 동떨어진 저임금, 비정규직이 대부분이어서 ‘경력 단절’과 ‘빈곤 노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7일 발표한 ‘인구·고용동향 &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3.6%,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로 꼽히는 일본조차도 25.3%에 그쳤다. 한국은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고용률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고용률의 배경에는 ‘노후 준비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약 8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24년 기준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인 134만 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결국 많은 고령자들이 생계를 위해 은퇴 후에도 다시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고용률이 높다는 사실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일자리의 질이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61.2%가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며, 전체 고령 취업자 중 약 절반인 49.4%는 1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요 직업군은 단순 노무직(35.4%)과 기계 조작원(15.0%)으로,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육체노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질 저하는 임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50대 후반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350만 9천 원인데 비해, 은퇴 후 재취업한 60대 초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78만 9천 원으로, 약 20.5%나 낮다고 지적했다. 정년을 넘기고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숙련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고령층이 재취업하면서 경험하는 ‘경력 단절’ 문제는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취업한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현재 일자리가 과거 생애 주된 일자리와 ‘전혀’ 또는 ‘별로’ 관련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3.2%에 달했다. 이는 고령층이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해 전혀 다른 직군의 단순 노동을 선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일하는 노인’을 높이 평가하기에 앞서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근로 의지가 높다”면서 “생애 주된 일자리 또는 그와 관련성 높은 일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력 단절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재교육, 전직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층의 노동 참여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일하는가’보다 ‘어떻게, 어떤 일로 일하는가’에 더 깊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