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자료사진=연합뉴스]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전격적으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지시간으로 6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시간의 유예를 거쳐 전쟁을 공식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번 휴전 결정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강력한 외교·군사 개입, 그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중재와 압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양국 모두 전쟁 장기화가 자국의 안보와 체제 유지에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시작은 6월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비롯됐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개입시키는 데 성공하며, 그동안 독자적으로 타격이 어려웠던 이란의 핵심 시설들을 정밀 폭격으로 초토화시켰다.

미국의 개입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집요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1일 미국은 이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위치한 세 곳의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폭탄과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타격했다. 특히 지하 깊숙이 위치해 이스라엘의 재래식 전력으로는 불가능했던 포르도 시설에 대한 공습은 이스라엘 측을 휴전에 동의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 속도를 최소한 수년 단위로 늦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전쟁의 초기 목표인 이란의 핵개발 저지라는 명분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점에서 휴전에 나설 여지가 생긴 것이다.

반면 이란은 전쟁 초반부터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실감해야 했다. 낡은 공군력과 취약한 방공망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연합 공습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대규모 지상군 역시 이스라엘과의 거리 문제로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유일한 타격 수단이었던 탄도미사일과 드론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대부분 요격됐다. 작년에 이미 상당량의 미사일과 드론을 사용한 이란은 이번 충돌에서 보유량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방공망이 붕괴된 이란 영공은 미군 전투기에게 사실상 ‘무방비 통로’가 되었고, 이란은 미군이 폭탄 투하 후 영공을 벗어난 다음에서야 상황을 인지할 정도로 정보력과 대응 능력이 마비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 이란의 대리세력들도 쇠퇴하거나 전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며 이란의 외곽 지원 체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정권 차원의 위기감도 컸다. 미군의 공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국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면 정권교체도 고려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SNS에 남기며 사실상 이란에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전면전 가능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휴전 외에는 출구 전략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이란이 카타르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휴전에 앞서 강경파와 여론을 달래기 위한 상징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공격은 사전에 정보를 흘려 피해를 최소화했고, 미국과의 전면충돌을 회피하는 신중한 수위 조절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묵인했으며, 이는 양국 간에 일정한 수면 아래의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당장은 전쟁을 멈췄지만, 이번 휴전이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이 단지 시간을 벌어 핵개발을 재개할 의도인지, 아니면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돌입할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향후 중동 정세는 크게 갈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도 이란의 재도발 시 더욱 강력한 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이 단지 일시적인 ‘폭풍 속 고요’가 될지, 아니면 진정한 비핵화와 평화의 서막이 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기로에 세계가 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