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권 신고가 기록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자료사진=연합뉴스]

앞으로는 소위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게 된다.

294만명이 몰려 청약홈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던 경기 동탄 '로또 청약' 광풍을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제도 개편안이 4개월 만에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무순위 청약은 합법적 청약 당첨자가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미달로 생긴 잔여 물량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로, 일반 청약보다 경쟁률이 낮아 '줍줍'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정부의 무순위 청약 정책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당초 정부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미분양 우려가 커진 2023년 2월 거주지 요건을 없애고 유주택자의 청약도 허용하면서 문턱을 대폭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청약 과열을 불러일으키자, 정부는 다시 무주택자에게만 신청 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거주지 요건을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권한을 가진 시장·군수·구청장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거주지 요건을 없애 외지인 청약을 허용하고,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외지인 청약을 제한하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다면 강동구청장이 서울 거주자 또는 수도권 거주자만 신청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반대로 청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방 아파트는 거주지 요건을 두지 않고 전국 단위로 신청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제도 개편 후 첫 번째 주요 적용 사례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지자체와 사업 주체가 무순위 청약 시행 시기를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전용면적 39㎡, 49㎡, 59㎡, 84㎡ 각 1가구씩 총 4가구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시세 차익 규모가 상당해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3월 청약 당시 전용면적 59㎡가 9억7천940만원에서 10억6천250만원, 84㎡는 12억3천600만원에서 13억2천40만원에 분양됐는데, 불과 2년 3개월 만에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10억원 이상 뛰어오른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2023년 3월 정부가 유주택자에게 무순위 청약 문호를 열 때 둔촌주공 미분양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었는데,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인기 지역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시세 차익이 상당한 단지들의 무순위 청약 열기는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동탄 사례와 같은 극단적인 '광풍'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단지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나 신규 분양 아파트 중 시장가치가 높은 지역의 물량들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택자로 신청 자격이 제한되면서 전체 신청자 수는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성으로 인해 상당한 경쟁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과 함께 이날부터 청약 당첨자와 가족들의 실거주 여부 확인 절차도 대폭 강화된다. 이는 위장전입으로 부양가족 수를 늘려 청약 가점을 부당하게 높이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 등·초본만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본인과 가족들의 병원·약국 이용내역인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제출해 실거주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직계존속의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전 3년간의 병원·약국 기록을, 30세 이상 직계비속은 1년간의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강화된 확인 절차는 청약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실제로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도 서류상으로만 가족을 등록해 가점을 높이려는 편법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무순위 청약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투자 목적의 청약 참여를 차단하고, 실제 주거 목적의 수요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자체별로 거주지 요건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졌다.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청약 문턱을 낮춰 공급 활성화를 도모하고, 과열 지역에서는 제한을 통해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이원화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거주 확인 절차 강화는 청약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실제 주거 수요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주택 공급 제도의 본래 취지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힐링경제=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