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기적 재정 유연성과 장기적 재정 건전성 간의 '황금 비율'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제시됐다.
이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경기 대응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주요 위험요소를 제시했다.
그가 분석한 3대 리스크는 인구구조 변화, 경제성장률 둔화, 그리고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이 맞닥뜨린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일할 사람은 줄고, 연금·의료비 등 세금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며 "세금 내는 사람보다 세금이 필요한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 수입의 감소와 지출 증가라는 이중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또한 경제성장률 둔화 현상도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았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현재 정부 세수는 줄어들지만, 지출 수요는 커지고 있다"는 이 연구위원의 발언은 한국 경제가 과거의 고성장 시대에서 벗어나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성장 동력이 약화됨에 따라 세수 기반이 취약해지는 반면, 복지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위험요소로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특히 "미국 관세정책의 변화와 무역 갈등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우려했다.
이는 내수보다 수출 주도 성장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이 현재 국제 무역질서의 불안정성 속에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지출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고정화되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취해진 긴급 대응 조치들이 한시적 성격을 벗어나 항구적인 지출로 자리잡게 된 점을 우려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 연구위원은 현재와 미래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균형점' 모색을 강조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정부가 재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빚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과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한국형 재정관리 제도'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인구 변화와 경제성장률을 고려한 '적정 지출 증가율'을 도입하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규칙을 완화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칙적인 재정 관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예외적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정부와 분리된 독립기관이 재정 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독립 재정평가원' 설립과 재정 투명성 보고서의 정기적 발간도 제안했다.
이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정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감소와 저성장,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서 재정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안목의 재정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재정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이태석 연구위원의 제언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외생적 위기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재정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의 부담을 고려한 균형 있는 재정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함을 알리는 목소리로 받아들여진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