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습 받은 직후의 이란 나탄즈 핵농축 공장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군이 지난 21일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 등으로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면서, 이번 공습의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미국 언론매체들이 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1차 평가 보고서는 이번 공습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들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밝힌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면 파괴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DIA의 초기 평가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실시한 '전투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지 상황과 위성 정보, 각종 첩보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이 평가에 따르면, 미군의 공격과 그 전후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정도 퇴보시키는 효과는 거뒀으나,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란이 보유하고 있던 농축우라늄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내용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이 공습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보존됐다고 밝혔다. 농축우라늄은 농축 수준을 높일 경우 핵무기 제조의 핵심 원료가 되는 물질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5월 말 회원국들에 회람한 비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5월 17일 기준으로 60% 농축우라늄을 총 408.6kg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핵 전문가들이 핵탄두 9~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으로 평가하는 수준이다. 만약 이 농축우라늄이 공습에서 살아남았다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역량이 여전히 상당 부분 온존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우라늄을 농축하는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들도 대체로 보존된 것으로 평가됐다. CNN의 취재에 응한 한 소식통은 "DIA의 평가는 미국이 아마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최대 수개월 정도 퇴보시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경우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이전 수준으로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DIA 보고서에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보유량의 상당 부분을 공습 이전에 미리 다른 장소로 옮겨 놓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이 미군의 공습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핵심 자산들을 안전한 곳으로 분산 보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공습 이전 미국 정보기관들은 '만약 이란이 서두를 경우 핵무기 보유까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공습 후 DIA 보고서는 이란 핵 계획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그 지연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는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일정을 크게 늦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드나이트 해머'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미군은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해 벙커버스터(지하 벙커 관통폭탄)를 투하하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최신 무기체계를 총동원했다. 타격 대상은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이었다. 이들 시설은 모두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거점들로,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생산 등이 이뤄지는 곳들이다.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3개 이란 핵시설의 피해가 대체로 지상 구조물에 국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 인프라와 우라늄을 폭탄 제조에 쓰이는 금속 형태 물질로 변환하는 시설 등 지상 시설들은 심각하게 파괴됐지만, 지하에 위치한 핵심 시설들은 상당 부분 보존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이 핵시설들을 지하 깊숙이 건설하고 견고하게 방어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DIA의 평가에 대해 백악관과 국방부는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CNN이 보도한 DIA의 초기 평가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는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DIA의 초기 평가가) 일급비밀임에도 정보 당국 내 익명의 하급 '실패자'에 의해 CNN에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CNN이 보도한 DIA 보고서의 존재 자체는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우리가 본 모든 것을 근거로 우리의 폭격은 핵무기를 생산하는 이란의 역량을 괴멸했다"고 강조했다고 NYT가 전했다. 이는 DIA의 평가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으로, 미국 내부에서도 이번 공습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백악관과 국방부 정보 당국 사이에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은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먼저 정치적 고려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괴리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번 공습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지만, 실제 군사 정보기관의 냉정한 분석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 수집과 분석의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의 핵시설들은 대부분 지하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외부에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기 평가와 최종 평가 사이에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확한 정보가 확보될 가능성도 있다.

CNN은 현재 평가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초기 평가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DIA의 현재 평가가 최종적인 것이 아니며, 추가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더 정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이번 공습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공습의 효과를 둘러싼 평가 차이를 넘어서 더 큰 전략적 함의를 갖는다. 만약 DIA의 평가가 정확하다면, 이란은 비교적 단기간 내에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역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농축우라늄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았다는 평가는 이란의 전략적 사고와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 이란이 미군의 공습 가능성을 예측하고 핵심 자산들을 분산 보관했다면, 향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이란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번 사태는 미국 내 정보기관들 간의 소통과 조율 문제도 드러낸다. DIA의 평가가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백악관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행정부 내부의 정보 통제와 메시지 일관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주목된다. 이란은 당초 이번 공습에 대해 "제한적 피해"만 있었다고 주장해왔는데, DIA의 평가가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이란이 향후 핵 개발을 재개하거나 보복 조치를 취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다른 국가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번 공습의 실제 효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이란의 핵 역량이 실질적으로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면, 이들 국가들은 독자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구체적인 피해의 전모 파악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깊숙이 위치한 핵시설들의 실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원을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위성 정보, 신호 정보, 인간 정보원 등을 종합한 더 정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최종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이란 핵 문제의 복잡성과 군사적 해결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단순한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무력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군사적 압박과 함께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병행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공습을 통해 이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향후 대이란 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