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한덕수 대선 단일화 위한 회동 [자료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맞서기 위한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 계획이 내부 갈등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단일화 시점을 둘러싼 충돌로 난항을 겪으면서,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적전분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벌어지는 세 주체 간의 시간싸움은 결국 보수 진영 전체의 대선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후보, 한덕수 후보가 충돌하는 가장 큰 쟁점은 단일화 시기다.
오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각 후보의 소속 정당과 기호가 확정되기 때문에, 이 날짜가 단일화의 결정적 분수령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한 후보의 양자 토론과 이틀간의 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마무리하는 '로드맵'을 고수하고 있다. 이면에는 김 후보가 필승 카드가 아니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 제안대로) 15∼16일에 단일화하자는 것은 정당 기호 2번으로서의 단일화가 아니다"라며 "15∼16일 단일화 결과 만약 한 후보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수백억원대의 정당 선거운동 경비를 집행할 수가 없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입장은 단일화 시점이 늦어질 경우 국민의힘의 공식 정당 기호인 '2번'과 당의 조직력, 선거 자금 등의 이점을 모두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현실적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김 후보가 당의 로드맵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를 통한 '후보 교체'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어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하면서 대안으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의 주도권이 강화되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후보가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대로 후보 등록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은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애초 경선 과정에서 '조속한 단일화'를 약속했던 김 후보가 이제 와서 단일화 시점을 미루는 것에 대해 당 내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후보 등록 마감일이 단일화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당 지도부와 한 후보를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덕수 후보는 전날 김 후보와의 회담 직전 '후보 등록 포기' 카드로 배수의 진을 친 데 이어, 이날 김 후보를 향해 11일까지인 당의 단일화 로드맵에 응하라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한 후보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꾸 사실이 아닌 것을 말씀한다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며 김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한 후보의 이 같은 공세적 태도는 이번 주 안에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상태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의 인적·물적 지원 없이 무소속으로 대선을 완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김 후보에게 조속한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 후보의 '후보 등록 포기' 발언은 일종의 정치적 벼랑 끝 전술로, 김 후보와 당 지도부에게 단일화 협상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강수가 오히려 단일화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축이 각자의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 내홍을 거듭하면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보수 진영 전체의 '적전분열'로 귀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후보 간 단일화만으로도 증폭된 갈등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는 시도조차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목요상 상임고문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 김·한 후보가 극적으로 합의해도 문제가 완전히 풀리는 게 아니고, 분란을 일으키면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주는 감동이 별로 없지 않겠나"라며 "김 후보가 혼자 후보로 등록하더라도 국민에게 제대로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스몰텐트'도 안 되게 생겼다"며 "한 후보는 권력 쟁취 의욕이 없고, 김 후보는 당권이라는 대안이 있으니 단일화에 대한 절박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당내 경선뿐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 각 주자들 사이에 '앙금'이 남으면서, 설사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단일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각 지지층의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보수 진영 전체의 대선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 협상은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 각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보수 진영이 통합된 모습으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