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 [자료사진=연합뉴스]
로마 바티칸에서 진행 중인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가 8일(현지시간) 둘째 날을 맞아 투표 일정을 대폭 늘리며 선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전날 첫 투표에서 새 교황 선출에 실패한 추기경단은 이날부터 하루 네 차례 투표를 실시하며 차기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을 가속화한다.
콘클라베 둘째 날인 8일,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총 네 번에 걸친 투표를 진행한다.
첫날 한 차례의 투표만 이루어진 것과 비교해 투표 횟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새 교황 탄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역사적으로도 2005년 베네딕토 16세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모두 콘클라베 둘째 날에 선출된 바 있어 이날 새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계속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에 설치된 굴뚝의 연기 색깔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된다. 검은 연기는 교황 선출 실패를, 흰 연기는 새 교황 탄생을 의미한다.
이날 추기경 선거인단은 아침 미사 후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4시30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서 첫 투표를 시작한다.
첫 투표에서 새 교황이 선출될 경우 약 1시간 후인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5시30분)에 흰 연기로 결과가 발표된다. 선출이 불발될 경우 곧바로 두 번째 투표가 진행되며, 그 결과는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7시)에 공개된다.
오전 두 차례 투표에서도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부터 다시 세 번째 투표가 실시된다. 여기서 교황이 선출되면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9일 0시30분)에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네 번째 투표로 넘어간다. 마지막 투표 결과는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새벽 2시)에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새 교황이 선출될 경우에는 투표 직후 바로 결과가 공개되지만, 선출이 불발되면 낮 12시와 오후 7시 두 차례만 검은 연기를 통해 결과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날 첫 투표에서 보였듯이 실제 결과 발표 시간은 교황청이 예고한 시간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전날 첫 투표 결과가 예정보다 1시간 20분이나 지연된 이유에 대해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의 묵상 시간이 45분이나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이 2013년보다 18명 더 많고, 대부분이 첫 콘클라베 경험이며, 여러 명은 이탈리아어를 하지 못해 투표 진행에 더 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콘클라베 첫 번째 투표에서 바로 교황이 선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약 300년 전인 1721년 인노첸시오 13세 교황의 선출이었다.
1963년 바오로 6세 교황도 첫 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은 후 두 번째 투표에서 정식으로 선출됐다. 이는 콘클라베 둘째 날에 새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황 선출이 확정되어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후 약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선임 부제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와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한다.
이어서 새롭게 선출된 교황이 교황직을 상징하는 흰색 수단을 입고 발코니에 첫 모습을 드러내며, 전 세계 신자들에게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를 내리게 된다. 이 순간은 새 교황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역사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가톨릭 신자 16억 명의 새로운 영적 지도자가 될 차기 교황 선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콘클라베 둘째 날 네 차례의 투표를 통해 흰 연기가 피어오를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두 차례의 콘클라베에서 모두 둘째 날에 교황이 선출된 전례가 있어 오늘 중 새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