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이달 29일 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양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갈라지고 있다.
경제 성장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금리 인하 정책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5월 67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 인하 이후 올해 1월, 3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 결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정책 금리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인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5월 2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2.75%에서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4월 17일 금통위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동시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5월 인하 가능성을 인정했다. 특히 4월 24일 발표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2%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 총재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중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발 관세전쟁과 추가경정예산 집행 시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현재 한국(2.7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p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이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연내 2회 인하에서 3회 이상으로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하 폭과 횟수에 대해 "5월 경제 전망 때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0.5%p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도 경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만 금리를 계속 내릴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외환 수급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상당 폭의 거주자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상승과 함께 KP 스프레드 등 대외 외화자금조달 지표가 상승한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 부진 해소를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중한 접근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이 주목된다.
5월 2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될 경제 성장률 전망치 조정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