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2025년 한국 경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불과 반년 전 제시된 전망치보다 1.2%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수출 전반의 동반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월 7일 발표한 '2025년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민간 소비 회복세가 둔화되고, 지난 수년 간 이어진 수주 부진의 여파로 건설투자 역시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수출 환경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해 이미 경기 위축의 조짐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연구원은 "소비 심리는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가 지연되며 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기업의 경영 환경 악화와 고용시장 둔화로 인해 가계의 소득 여건 역시 점점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투자 부문에서는 더 암울한 전망이 제시됐다. 연구원은 건설투자가 올해 5.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2년과 2023년에 걸친 수주 부진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금리 인하와 공사비 인상률 둔화 등의 요인으로 수주가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인허가 및 착공 물량 감소, 미분양 누적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건설투자 회복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는 0.3%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 영향을 미칠 연말에는 설비투자 위축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관세 완화 기대감과 항공기 도입 등 일회성 요인이 낙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입 모두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총수출과 총수입은 나란히 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간재·자본재 수입 감소에 더해,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구성 소비재 수입도 부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2.0%, 하반기 1.9%로 연간 기준 2.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한 결과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 등은 물가에 다시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3년 만기 국고채의 연평균 금리가 2.3% 수준으로 예상됐다.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며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 또한 하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지연 등은 금리 하락 폭을 제약할 수 있는 수급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는 88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 금액이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원유 수요 둔화에 따른 수입 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경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중장기적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망은 한국 경제가 복합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 외생 변수에 대한 단기적 충격을 넘어서, 구조적 취약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만큼 향후 정책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