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세기의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를 흔든 지 한 달 만에 첫 공식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양국 간 극한 대치 구도가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안정을 위한 실질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對中) 고관세 조치와 이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보복 조치가 이어지며 전개된 무역전쟁의 고조 속에서 마련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위협한다”며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 취임 직후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적인 관세 공세에 나섰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양국의 이 같은 ‘강 대 강’ 대치는 단순히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글로벌 경제는 곧바로 반응했다. 관세 충돌이 정점에 달했던 날 미국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팬데믹 공포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만에 6% 가까이 폭락했다.

이 충격은 곧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번졌고, 한국을 비롯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역시 연쇄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경제적 충격 속에서 양국이 최근 보이고 있는 유화적 태도는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오는 9일부터 12일 사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동해 무역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회담은 고율 관세 문제와 수출 통제 조치, 소액 수입 물품에 대한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실무 차원의 논의가 아닌, 양국 간 정치적 대치 상황에서의 첫 ‘빙벽 타개(ice-breaking)’ 회담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만남은 미중이 수개월간 단절됐던 대화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양측 모두 긴장 완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은 AI와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해왔다.

중국 역시 희토류와 같은 전략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며 맞대응해왔다. 여기에다 양국은 선박 입항 수수료, 특정 품목 수출 제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까지 동원하며 마찰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은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중국도 반도체, 의약품, 화학제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조용히 면세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역전쟁의 전면 재개보다는 일정 수준의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이번 주 제네바에서 중국 측과 만나 구체적인 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세계의 기대, 자국의 이익, 그리고 미국 산업계와 소비자의 호소를 고려해 이번 회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도 “국제 경제 체제를 미국의 이익에 맞춰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상호 간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의 탐색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긴장 완화 조치가 시작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지만, 양국 모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류허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무역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불과 몇 주 만에 미국이 관세 폭탄을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발발했던 전례가 있다.

이후 1단계 무역합의까지 17개월이 걸렸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단기간 내 실질적 결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적어도 양국 간 대화의 문이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은 이번 회담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