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제’)으로 확대 지정된 이후 40일 동안, 이들 지역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약 40%가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96% 가까이 급감했지만, 매매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특히 압구정에서는 100억원을 넘는 초고가 거래가 성사되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허제 확대가 시행된 3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는 총 158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졌다(거래 취소건 제외). 이 중 송파구가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 61건, 서초구 12건, 용산구 12건 순이었다.
이는 토허제 확대 전인 2월 11일부터 3월 23일 사이 3,846건에 달했던 같은 지역의 거래량과 비교하면 무려 96%나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거래량과 달리 가격은 하락 기미 없이 오히려 급등세를 보였다.
전체 거래 중 60건(약 38%)이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건은 강남구에서 나왔다.
특히 압구정동은 명실상부한 신고가 행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총 22건의 거래 중 14건(64%)이 신고가였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3일 압구정 현대2차 아파트 한강변 동(전용 198.4㎡)이 105억원에 거래돼 해당 평형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같은 동, 같은 평형의 거래가가 90억~94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같은 지역의 신현대11차(전용 171.4㎡)는 이달 3일 90억2천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한 달 전 같은 평형의 가격은 81억원이었다.
신현대9차(전용 108.8㎡) 역시 3월 22일 50억원에 거래된 후, 불과 엿새 만인 3월 28일 60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압구정은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과 함께 여전히 토허제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으로,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의 관심이 꾸준히 집중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총 17건의 거래 중 7건이 신고가였으며, 한보미도맨션2차(전용 190㎡)는 60억원, 개포우성1차(전용 127㎡)는 50억5천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은마아파트(전용 76㎡)도 31억4천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거래된 4건 모두가 신고가였으며, 송파구 잠실동 역시 주공5단지(전용 82.6㎡)가 처음으로 40억원을 넘는 40억7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장미아파트 등 재건축이 추진 중인 단지들도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이다.
용산구 역시 한강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기대감에 힘입은 신고가 거래가 눈에 띄었다. 한가람(전용 59㎡)은 19억9천만원, 한강대우(전용 60㎡)는 20억3천7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서울 내 ‘확실한 입지’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간이 지나도 입지가 확실하다는 보장이 있는 곳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며, “매도자들은 여전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서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서울 내 핵심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울 외곽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통계를 통해 나타난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의 흐름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거래량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 프리미엄을 가진 지역은 오히려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