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의지가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지배하겠다는 목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최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0일간의 휴전 협상과는 별개로 이루어진 평가로,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장기적 목표에 대한 미국 측의 회의적 시각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월 1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밀보고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배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거부할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서방 정보당국의 기존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도 서방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한다는 목표를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종전이라는 명분으로 미국과 고위급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럽이 지쳐갈수록 우크라이나 전체를 통제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서도 이러한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30일간의 휴전안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을 더 반영해야 한다며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를 포함한 미국 대표단과 러시아 측은 현재 휴전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위트코프 특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2022년 본격적인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종전 조건으로 점령지역에 대한 통제권 유지와 크림반도와의 육로 연결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설령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는 군사적 수단 외에도 경제적·외교적 압박, 우크라이나 군부와 재계 고위층에 대한 포섭 공작, 러시아 정교회를 통한 영향력 행사 등 다양한 비군사적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전문가 유진 루머는 "휴전이나 평화 협정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이는 갈등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또 다른 형태의 대립이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푸틴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한 영토 점령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약화시키고 유럽 안보 구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단기간에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장기적인 지정학적 경쟁의 일부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