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두 가지 핵심 과제로 '저출생·고령화'와 '기후변화'를 꼽으며,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현재의 저출생 추세가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기후변화 역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 추세가 지속되더라도 2040년대 후반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하고, 2050년대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년 후에는 182%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근본 원인으로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했다.

특히, 일자리와 사교육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이러한 경쟁과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거점도시 육성은 2∼6개의 소수 거점도시에 정책지원을 집중하여 지역 성장을 도모하는 방안이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주요 대학들의 의지만 있다면 즉시 도입 가능하지만, 성적순 선발만이 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총재는 두 번째 지속성장 과제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나쁜 공기 질, 잦은 집중 호우, 사과 재배 가능 지역 축소, 명태 어획량 감소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개선하여 탄소 감축을 위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t당 6달러에 불과한 탄소배출권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무상 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총재의 이번 발언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생·고령화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 각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