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하며 사회 전체가 ‘돌봄 부담’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급증으로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돌볼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현실에서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발표한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에 달하며, 내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하고 2044년에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성 질환의 대표 격인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준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치매 환자의 52.6%가 1인 가구였고, 27.1%가 부부 가구, 19.8%가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였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족이나 돌봄 인력의 도움이 필수적이며, 심지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에도 주당 평균 18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 환자 가족 중 45.8%가 돌봄 부담을 크게 느끼며, 40%가량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한 삶의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여 지역사회에서 돌보는 치매 환자의 가족 중 38.3%, 시설·병원에서 돌보는 환자의 가족 중 41.3%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경우 1,733만 9,000원, 시설·병원에 있는 경우 3,138만 2,000원으로 집계됐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환자의 경우 전체 비용의 67.0%가 돌봄비로, 보건의료비(25.3%)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설·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도 돌봄비가 전체 비용의 48.9%에 달했다.
이처럼 돌봄 비용 부담이 의료비보다 크다는 점에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간병 지옥’, ‘돌봄 지옥’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치매 환자 돌봄 부담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치매 조기 검진, 예방, 사례관리, 가족 지원 등을 담당하는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 강화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치매안심센터가 조기 선별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후 지속적인 사례 관리가 부족하다”며 “지역사회 돌봄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치매 조기 발견과 초기 집중관리를 위해 치매안심센터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치매 검사 및 예방 교육을 제공하고, 독거노인이나 부부 치매 환자 등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맞춤형 사례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요양 재가서비스도 확대된다.
정부는 돌봄 필요가 큰 중증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 입소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노인요양시설 내 치매전담실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보호자의 긴급한 상황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를 연간 22회에서 24회로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치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인해 불필요한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석 교수는 “치매에 대한 일반인의 문해력을 조사한 결과, 잘못된 정보나 과도한 공포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사례 관리를 강화하면 불필요한 요양병원 입소 등을 줄이고 비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협력하여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