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지법 담 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자료사진=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30 세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기대하며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과격 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와 주거 불안으로 인한 청년층의 박탈감이 특정 세력에 대한 혐오로 분출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성향의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국힘갤),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 이용자의 주류는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년간 이들 게시판 3곳에서 키워드 연령별 검색 비율(네이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미정갤은 81.3%, 국힘갤은 65.1%가 2030 세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대위갤만 50대 이상이 46.1%이고 2030 세대가 31.3%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극우 커뮤니티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급격히 성장했다.
미정갤의 경우 지난해 11월 2,547건에 머물던 게시글 수는 12월 2만3,377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1월에는 33만501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기각돼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글이 많이 발견된다.
지난달 24일 미정갤에 'ㅇㅇ'이라는 닉네임의 이용자는 "화교만 제대로 척결해도 너희들(고시생과 취업준비생) 인생이 달라진다"며 "너희 그냥 일자리가 공짜로 생긴다. 처절하게 싸우고 투쟁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적었고, 이 글은 860여 명의 추천을 받았다.
또 다른 미정갤 이용자도 15일 "다른 건 몰라도 취업난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윤카(윤 대통령+각하) 복귀하면 경찰, 언론, 교사 등 그동안 저쪽 편에 있던 것들 싹 날릴 예정이라 TO 많이 생긴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들이 '화교'를 주적으로 내세우며 멸칭을 쓰는 현상은 단순한 '반공주의'라는 이념적 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화교가 주거와 취업 등에서 20여 개의 혜택을 받는다는 허위 정보도 퍼져있다.
지난 7일 국회의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공개된 '국내 체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혜 근절 요청에 관한 청원'은 디시인사이드에서 빠르게 확산되어, 일주일 만인 14일 5만여 명의 동의를 받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자신을 20대 초중반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13일 국힘갤에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직장인으로 10년 일해도 내 집 마련은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근데 중국 XX들은 편하게 대출받아서 집 사고 집값도 오르는데 (우리한테는) 생색내기용 지원금이나 준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러한 커뮤니티가 일본의 극우 단체 '재특회'(재일조선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특회는 2006년 '일본의 디시인사이드'라 불리는 '2ch'(2채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2010년대에는 회원 1만여 명을 확보하고 일본 전역에서 혐한 시위와 폭력 난동을 벌였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극우 커뮤니티의 혐중 인식은 과거 재특회가 펼쳤던 주장과 논리 구조가 똑같다"며 "각각 '중국'과 '한국'이라는 적을 만들고 과격한 행동으로 존재감을 입증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사카 교수는 재특회 회장 출신 사쿠라이 마코도가 2016년 창당한 '일본제일당'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이들이 소수 정당으로 시작해 유럽의 극우정당 같은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