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의료계가 겪고 있는 유례없는 갈등이 1년을 넘어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확대 발표 이후 벌어진 의정 대립은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계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5천58명으로의 확대 발표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정부는 지역 및 필수의료 위기,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그 배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숫자 늘리기로 보고 강력히 반발했다.

갈등의 핵심 주체는 젊은 의사들이었다.

전공의들은 대규모 사직을 선언했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항의했다. 이는 2020년 의정 갈등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투쟁 방식이었다.

정부의 대응은 강경했다.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의대생 휴학 불허 등 강경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에 불과했다.

1만3천531명 중 1천171명만이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는 사직 전공의의 2.2%인 199명만이 복귀를 선택했다.

의료 현장의 변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배출된 신규 의사는 작년의 8.8%인 269명에 그쳤고,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작년의 5분의 1인 566명에 불과하다. 이는 향후 의료 인력 공백을 예고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양측 간 대화의 부재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20일 만에 좌초했고,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포고령은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

대한의사협회의 김택우 회장은 정부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와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의 교착 상태가 지속된다면 의료 파행의 출구를 찾기는 요원해질 것이다.

14일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입법 공청회가 대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은 단순한 숫자 다툼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양측의 냉철한 이성과 타협, 그리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