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의 마지막 촬영 장면에서 안중근 의사의 처형 신을 마친 배우 현빈은 깊은 감정의 여운을 털어놓았다.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진행된 몽골 홉스골 호수 촬영과 격렬한 액션 신을 소화해내는 체력적 도전도 있었지만, 현빈에게 가장 큰 시험대는 다름 아닌 정신적 부담이었다.

민족의 영웅을 연기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는 그의 고백은 이를 잘 보여준다.

현빈이 묘사한 안중근은 기존의 영웅적 이미지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동료를 잃은 후의 고독감, 거사를 앞둔 불안과 고뇌 등 인간적인 면모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특히 처형 장면에서 보여준 복합적인 감정 연기는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두려움과 독립운동가로서의 결연한 의지를 동시에 담아냈다.

작품은 안중근 의사 개인의 영웅담을 넘어 독립운동의 시작과 과정을 조명한다.

우덕순, 김상현, 최재형 등 주변 인물들의 존재감 있는 묘사는 독립운동이 개인이 아닌 집단의 노력이었음을 강조한다. 현빈은 이러한 작품의 의도를 충실히 이해하고 구현해냈다.

그는 자신의 자녀에게도 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역사를 기억하고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영화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